“피부색 차별 안하는 열린 마음 필수”

[경찰청·fn공동기획 외국인 200만명 '공생'의 시대로]

                                       

(2)글로벌 기업은 있는데 글로벌 마인드는 없어요
안산시 세계문화체험관서 다문화 강사로 일하는 콩고 출신의 버지니아와 나이지리아 출신 그레이스 
"한국 좋아 계속 살고 싶지만 비자.영주권.일자리 등 아직 어려운 점 많이 있어" 


경기 안산시 세계문화체험관에서 다문화 강사로 일하고 있는 콩고 출신의 버지니아(왼쪽)와 나이지리아 출신 그레이스.
"삼성이나 LG 등 글로벌 기업은 있는데 사람들 인식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기 안산시 원곡동 세계문화체험관에서 2명의 외국인 여성을 만났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버지니아(43)와 나이지리아 출신의 그레이스(37). 이들은 "한국이 좋아 계속 살고 싶지만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 치안도 교통도 다 좋아요" 

버지니아는 한국에 온 지 17년 됐다. 그래서인지 유창한 한국어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유럽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생활했다"며 "많은 도움을 준 한국인이 있었는데 그를 통해 한국에 오게 됐다. 콩고에서도 한국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목사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지 8년 된 그레이스는 유학생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버지니아에 비하면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외국에서 한국 신학이 굉장히 유명하다"며 "한국은 치안이 좋고 교통이 좋다. 대중교통도 싼 편이고 전기도 안정적이다. 전반적인 생활이 안정적이어서 좋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현재 안산에 거주하며 세계문화체험관에서 다문화 강사로 일하고 있다. 안산에 사는 것은 대도시가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외국인들이 도움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산 원곡동은 국내 최대 외국인 밀집지역으로, 다문화지원본부가 설치돼 있어 외국인들의 한국 정착에 도움을 준다. 버지니아는 "안산 이주민센터 등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피부색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이들은 현재 한국생활에 완벽히 적응해 지내고 있지만 처음에는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이 심했다. 17년 전 원곡동에 거주하는 흑인은 단 두 가구뿐. 두 사람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버지니아는 "예전에는 언어와 피부색 때문에 힘들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이 나를 보고 놀라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놀랐다.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스도 "임신했을 때 버스를 타려는데 기사가 내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버스를 못 타게 했다"며 "아이를 낳은 후에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피부색 때문에 아이를 받아주지 않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버지니아의 아들은 안산 관산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유일한 흑인 학생이어서 혹여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특유의 유쾌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라고. 버지니아는 "아들이 한국말도 잘하고 피부색만 빼고는 완전히 한국인이다. 다재다능한 편이어서 인기도 많다"고 전했다. 

왜 국제학교를 보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국제학교는 일부러 갈라놓는 것 같아 싫었다"고 답했다. 그레이스 역시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다문화라는 말이 싫다. 너는 다르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는 외국인이 많아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국에 계속 남고 싶지만 비자.일자리 문제 걸려

시종일관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두 사람은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표정이 진지해졌다. 한국이 좋아 계속 살고 싶지만 비자나 영주권, 일자리 등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레이스는 "일자리만 있으면 남고 싶다. 8년을 살았지만 계속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며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외국인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한국말만 알고 한국문화만 아는 한국인이다. 그러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평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며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도 다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버지니아도 "솔직히 아직 힘든 부분이 많다. 비자가 있어야 일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는데 비자 받기가 너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민하기 어려운 나라다. 삼성이나 LG 등은 글로벌 기업인데 사람들 인식은 글로벌 마인드가 아니다.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 단지 비즈니스로만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람과 관계로 만나야 한다.

학교에서부터 오픈마인드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한국 사람이다. 한국이 가장 오래 산 곳이고 가장 익숙한 곳이어서 계속 있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파이낸셜뉴스 2017.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