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기 전부터 차별받은 이주아동, 유령 취급은 막아야”

‘이주아동네트워크’ 산파역 김영임 원장·홍리재희 팀장·최정규 변호사
그들 위해 왜 세금 쓰냐는 말은 잘못…그들을 배제한 법이 문제
생생한 현실 담은 사례집 발간…보육권 등 작은 것부터 실천을

지난 22일 만난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의 김영임 안산이주민센터 원장, 홍리재희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장, 최정규 변호사(왼쪽부터)는 “국내 최초로 ‘경기도 이주아동 보육 조례안’을 제안해 입법촉구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지난 22일 만난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의 김영임 안산이주민센터 원장, 홍리재희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장, 최정규 변호사(왼쪽부터)는 “국내 최초로 ‘경기도 이주아동 보육 조례안’을 제안해 입법촉구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귀한 시대잖아요. 여기서 나서 여기서 난 걸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구분짓지 말고 잘 키워낼 방법을 도모해야죠.”(김영임) 

국내 최초로 이주아동 보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출범했다. 지난 18일 발족한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이하 이주아동네트워크)는 아름다운재단 주도하에 안산이주민센터·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군포아시아의창·오산이주민센터 등 경기도 이주아동 보육단체 4곳이 연대한 단체다. 최정규·권영실·김진씨 등 이주아동 문제에 힘써온 변호사 3명도 힘을 보탰다.

지난 22일 안산이주민센터에서 김영임 안산이주민센터 원장(53), 홍리재희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장(45),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41)를 만났다. 이주아동네트워크 창립 배경에 대해 홍리 팀장은 “모든 걸 한번에 바꿀 수 없다면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했다”면서 “경기도에서만이라도 이주아동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머리를 맞댔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가장 많은 이주아동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추정된다. 추정인 이유는 아이의 부모가 불법 체류자인 경우도 많아 이주아동 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집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외국인의 32.4%(약 57만명)가 경기도에 거주한다는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로 미루어 아동 수를 짐작할 뿐이다. 

김 원장은 “한국 국적 아동과 달리 이주아동은 태아 때부터 차별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여성은 임신·출산휴가는커녕 직장에 임신 사실을 알리는 순간 해고되기 때문에 이를 숨길 수밖에 없다”면서 “출산 후에도 국민건강보험, 보육료, 아동수당 등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그동안 이주아동 보육권을 위한 입법공청회도 수차례 열렸지만 입법 저항에 부딪혀 늘 후순위로 밀렸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입법이 힘들다면 지자체 차원의 법안이라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법적 보호를 못 받다 보니 이주아동은 대한민국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 쉬고 있으면서도 ‘유령’ 같은 취급을 받거나 각종 차별과 배제에 수시로 노출된다. 이주아동네트워크가 최근 발간한 ‘경기도 이주아동 보육권리 법률사례연구집’에도 이 같은 현실이 기록되어 있다. 연구집은 4개의 단체가 경험한 이주아동 사례들을 모으고, 그에 대한 제도적 해결방안을 덧붙인 책자다. 사례는 충격적이다. 일례로, 한 베트남 미등록 이주아동은 경제적 어려움 탓에 새우깡을 으깬 이유식을 먹어야만 했다.

김 원장은 “사람들은 예산을 왜 (이주아동 문제에) 써야 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상황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했다. 

홍리 팀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보장하는 지원대상자 범위에 이주아동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서 “아동 관련법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단서 조항을 빼고 미등록 이주아동 등 모든 아동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 여러 도시에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기초해 미등록 이주아동을 지원한다. 미국 워싱턴주, 뉴욕주, 로스앤젤레스시 등에서는 조례를 통해 16세 이하 이주아동은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스웨덴 말뫼시는 2014년부터 20세 이하 이주아동에게 생계비와 주거비를 지원한다. 

               

이주아동네트워크는 국내 최초로 ‘경기도 이주아동 보육 조례안’을 제안해 입법촉구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 원장은 말했다. “늘 아쉬웠던 게 이주아동들이 집 근처 어린이집을 다닐 수 없다는 점이죠. 갖춰야 할 서류도 많고, 불편한 일이 생기는데 정부 지원은 하나도 없으니까 어린이집에서는 이주아동을 거절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안산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주아동 보육료를 지원하기 시작하자 이주아동을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늘기 시작했어요. 이주아동 보육권을 위한 정책 한 줄이 이렇게 중요해요.” 

경향신문20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