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안산 '코시안' 아이들의 대모 김영임 원장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도 아이들은 자라야지요. 부모가 외국인이어도 어린이집은 다녀야 하는데 잘 안 받아주니까…"

10년째 코시안의 집을 지키고 있는 김영임(47.여) 원장은 26일 "부모의 체류 자격이 어떻든 아이들은 누군가 돌봐야 하지 않느냐"며 "부모가 단속에 걸려 함께 강제추방 당하는 아이들도 있고 나중에 한국 국적을 취득해 잘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이주민센터가 설립한 '코시안의 집'에서는 채 두 돌이 안 된 아이에서부터 7살까지의 7개국 아이들 30명이 아침 7시30분부터 하루 12시간을 보낸다. '코시안'은 '코리아'와 '아시안'을 합친 말이지만 이곳에는 아프리카 부모를 둔 아이들도 있다.

결혼이주민 자녀나 근로 허가를 받고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 자녀도 있지만 일부는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한 상태의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도 있다.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정 아이는 5명이고 25명이 외국 국적 아이들이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엄마가 한국으로 재혼한 뒤 2년 전 데려온 로렌스(4)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왔다 지금은 혼자가 된 엄마 밑에서 자라는 세린이(5), 아직 난민자격 신청 중인 콩고 가정의 아이들, 집안 형편은 좋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중국인 가정의 부강(7), 파키스탄에서 지내다 방학을 맞아 한국인 엄마를 따라와 지내고 있는 아이 등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사연이 구구하다. 김 원장에게서 부모의 사정을 들으면 안타까운 심정이 더해진다.

그는 "원비는 상담을 통해 가정 형편에 따라 내고 형편이 아주 힘든 경우는 원비를 내지 않는다"며 "선생님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비 대부분은 개인후원자와 안산지역 중소기업 한 곳,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지원하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아이들은 대략 100명 정도이다. 대개 3∼4년을 지내는 것이 보통이고 길게는 7년까지 이곳에서 생활한 아이도 있다. 취학연령이 되면 이곳을 떠나 역시 안산이주민센터가 운영하는 다문화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듣는다.

다문화학교는 미인가 학교지만 코시안의 집을 졸업한 아이들 40명이 다니고 있고 지난 4월에는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로 구성된 '코시안 어린이합창단'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서툰 노래 솜씨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 원장은 "상처도 있고 박탈감을 느끼는 아이들이라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서로 위안을 찾는다"며 "앞으로는 아이들의 활동 범위를 넓혀주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시안의 집을 거쳐 다문화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김 원장을 잊지 않는다. 어린 시절 부모가 채워주지 못한 시간을 김 원장 등 이곳 선생님들이 대신 채워줬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코시안의 집에서 지내다 부모와 함께 몽골로 간 아이가 나중에 이주노동자로 다시 한국에 와 놀랍고 기뻤다"며 "얼마 전 한국에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뒤 한 달 전 아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부모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어느 한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처지"라며 "특히 이곳에서 태어나 자신을 한국인으로 알고 크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체류 자격과 무관한 또 다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요일인 이날 이곳 아이들은 3개 반으로 나눠 김 원장을 포함한 선생님 3명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3세 미만과 이후 아이들이 각각 선생님 주위에 모여 그림책을 보거나 책을 읽고 우리말을 거의 못하는 아이들은 김 원장과 함께 거실을 뛰어다니며 공놀이를 즐겼다.

김 원장은 "오는 10월 개원 10주년을 맞아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를 치르려 한다"며 "이곳을 다닌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모두 초대하는 홈커밍 행사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006년 3월 몽골 정부로부터 '몽골 대통령 훈장'과 함께 '청소년 보호 교육자 겸 명예 어머니"라는 칭호를 받았다.
 
2013년 7월 26일 연합뉴스  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