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법률 ‘사각지대’

동남아 국적 배우자 이혼 급증…

낯선 법률구조ㆍ통역사 등

지원미비 소송 어려워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한 다문화 가정의 이혼 소송에서미국이나 일본 국적 배우자와의 이혼은 줄고 동남아시아 국적 배우자와의 이혼이 급속히 늘어나는 변화가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이혼에 대한 제도 지원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동남아시아 이주 여성들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2004~08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하면 5년 새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배우자의 이혼이 크게 늘었다.

베트남 배우자와의 이혼은 2004년 147건으로 전체 다문화 가정 이혼 건수 3300건 중 4.5%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078건으로 전체 다문화 가정 이혼 건수에서 9.6%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캄보디아 배우자와의 이혼은 건수가 많지 않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0.1%에서 지난해에는 1.6%로 늘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2004년 전체 다문화 가정 이혼 중 43.1%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15.6%까지 줄었고, 미국 배우자와의 이혼 역시 2004년 10.1%에서 지난해 3%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법률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배우자들이 이혼 소송에서 겪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지원은 변화하는 다문화 가정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20일 국제이혼사건에서 언어 소통에 도움을 줄 통역 자원봉사자 102명을 선정했다. 하지만 102명 중 영어 봉사자는 31명, 일본어 봉사자가 20명에 달하는 데 비해 베트남어 봉사자는 3명, 태국어 봉사자는 1명 뿐이다. 정작 도움이 절실한 동남아시아 출신 배우자들은 여전히 소송 수행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원도 동남아시아 이주 여성들의 이혼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봉사자들을 모집했지만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한 달여 동안 지원자들은 대부분 영어나 중국어 지원자들이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나 몽골어의 경우 지원하는대로 모두 뽑았지만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 남성과 결혼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주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법원은 모집 기간이 끝났지만 앞으로도 동남아시아 언어 통역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지원하는대로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국내 이주 여성들에게는 소송비용 지급을 유예하게 하는 소송구조 제도를 안내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물색한다는 입장이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