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新가족시대가 온다 ◆

공지영 작가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는 각기 성이 다른 세 자녀와 싱글맘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얘기가 나온다. 세 번 이혼하고 성이 다른 세 자녀를 양육한 작가의 실제 스토리로 싱글맘의 당당함을 표현했다. 소설 같은 문학작품뿐 아니라 TV 드라마에서도 새로운 가족 형태를 쉽게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대가족 모습 대신 이혼녀, 미혼모, 살림만 하는 남편 등 다양한 가정의 모습이 시청자들 공감대를 형성한다. 우리 사회의 가족 형태가 그만큼 달라졌다는 얘기다.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첫째,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있다. 우리 사회 주축이던 3~4인 가구는 감소하고 1~2인 가구가 그 자리를 메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전체 가구 중 2인 가구 비율이 24.5%로 가장 많았다. 2005년까지만 해도 3~4인 가구가 대다수였지만 불과 5년 만에 트렌드가 바뀐 셈이다.

2인 가구 비율이 늘어난 데는 이유가 있다. ‘빈 둥지 가구’ 즉 아이들이 모두 떠나가고 부부만 남은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자녀를 3명 이상 낳던 시절에는 부부 둘만 남는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아이를 많아야 2명 낳기 때문에 결혼시킨 후 일찍 부부 둘만 남는 경우가 많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아이를 낳고 싶어도 소득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핑크(PINK·Poor Income, No Kids)족’, 심지어 부부들이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딩펫족(부부+애완동물)’도 2인 가구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2인 가구 못지않게 홀로 사는 1인 가구도 꽤 많다. 전체의 23.9%가 1인 가구로 2인 가구(24.5%) 다음으로 많았다. 대부분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남, 독신녀 가구다.

둘째, 가족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이혼율이 늘면서 ‘조손가족’ 숫자가 늘었다. 조손가족은 조부모가 손자녀와 함께 사는 가족 형태를 말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의 손자녀로 구성된 전국의 조손가족이 1995년 3만5194가구에서 2010년 6만9175가구로 2배가량 늘었다. 조손 가구의 80% 이상이 조모나 조부 혼자 손자녀를 키우고, 절반은 이혼이나 재혼 때문에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싱글맘(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미스맘(결혼은 하지 않고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거나 입양해 혼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성)’도 꽤 많아졌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늘면서 다문화가정도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외국인과의 혼인은 3만4200건으로 2009년보다 900건이나 늘었다.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소외계층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출산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을 돌볼 보육시설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국내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5.3%,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이웃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직장 보육시설(1.1%)을 제외한 나머지 보육시설은 민간 보육시설로 89.7%에 달한다.

보육시설 부족해 ‘아이 없는 부부’ 늘어

기업들도 아예 보육 문제를 손 놓고 있는 분위기다. 영유아보육법을 보면 상시 근로자가 500인 이상이거나 여성 근로자가 300인 이상이면 직장 어린이집을 둬야 하지만 자체 어린이집이 있는 대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12월 대상기업 576곳 가운데 236곳(41%)이 어린이집을 두지 않거나 따로 지원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이럴 정도니 중소기업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난에 시달리는 싱글맘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책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9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중 월소득이 200만원이 안 되는 가구가 60%에 달한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일자리가 있는 싱글맘의 약 40%가 시간제 근로자이고, 전체의 35.3%는 서비스, 판매직에 종사한다. 월평균 소득 50만~100만원 미만인 싱글맘 가구가 절반을 넘는다는 보건복지부 통계도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가족 해체가 심해지는 만큼 가족 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