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국경없는마을 불황의 그늘‥떠나는 외국인들

기사입력 2009-01-25 10:45

한산한 안산 원곡동 외국인거리

【안산=뉴시스】

설을 하루 앞둔 25일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

평상시 같으면 하루 5만여명의 유동인파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지만 설(26일) 전날인데도 거리는 한산하다.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들의 표정도, 생필품을 파는 야채가게 주인의 얼굴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불황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기업체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1순위로 해고하자 늘어나는 실직 외국인들이 속속 본국으로 입국하거나 지방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원곡동의 외국인 숫자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원곡동은 한때 52개국 4만여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들이 생계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되자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속속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이로인해 대부분 외국인들에게 의존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식품가게, 식당, 주택 등 관련업이 덩달아 심각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예전같으면 거리를 지나는 외국인들의 밝은 표정과 함께 식품점 종업원들의 왁자지껄한 호객행위가 뒤섞여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생기가 돌았지만 그런 풍경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방이 24개 인데 15개가 빈방입니다. 큰 걱정이네요"

6년째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모씨(60)는 임대료도 못낼 형편이라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의 거주인구가 늘고 주는 척도는 바로 고시원이다. 대부분 공단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근로자들은 보증금 없이 한 달 임대료 15만~25만원 정도 하는 2평 남짓의 고시원을 가장 선호한다.

이곳 일대에는 약 40여개의 고시원들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최근 경기 불황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들이 속속 떠나면서 평균 절반 이상 공실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K부동산 김모씨(63)는 "1월달에 원룸 1칸 임대 알선했고 빼 달라고 의뢰받은 방만 10개입니다"

최근 거주 외국인 중 가장 많은 중국인과 조선족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아예 보따리를 싸 중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중국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서 일단 본국으로 입국해 한국의 추이를 지켜본뒤 다시 나오거나 아니면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외국인을 대상으로하는 장사하는 20여개의 휴대폰 가게도 지난해 말부터 평균 20~30%의 매출이 떨어졌고 한때 북적이던 외국인 대상 식당들도 문을 닫은채 임대 푯말을 걸어놓은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5년전에 한국에 온 조선족 중국인 리용씨(43.흑룡강출신)는 "처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을 배워 기술자 일당을 받았는데 일거리가 끊어져 반월공단 공장에서 일하다 그나마 지난해 해고 됐다" 면서 "입국할때 비용은 갚았지만 최근 몇달간 생활비를 보내주지 못해 차라리 중국으로 들어갈까 고민중" 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만남의 장소인 커피숖 사장 유모씨(40)도 울상을 짖기는 마찬가지 .

지난해말부터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올해 초부터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매출감소로 임대료 내기도 힘들정도가 되다보니 불가피하게 데리고 있던 여종업원 3명을 내보냈다고 하소연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커피숖 종업원, 음식점 서빙, 노래방 도우미 등에 종사하던 중국계 여성들은 최근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자 상당수는 다시 중국으로 들어갔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몇년전부터 이곳에 관광특구를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외지인들이 원룸과 상가를 대거 사들여 임대업에 뛰어 들었으나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 금융부담이 커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불황의 그림자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관련사진 있음>

임덕철기자 ultr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