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속 한국, “제도보다 인식 전환 절실”

“오늘, 다문화 남아 있어”…학교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

     
한국여성경제학회와 한국농업경제학회, 경기개발연구원의 주최로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의 현황과 정책방안-경제, 여성, 자녀 교육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한국
한국여성경제학회와 한국농업경제학회, 경기개발연구원의 주최로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의 현황과 정책방안-경제, 여성, 자녀 교육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한국
“우리가 다문화 정책을 서둘러 가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진정 다문화를 왜 해야 하는지 좀 합의를 하고 차근차근 해야 한다.”

16일 오후 2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의 현황과 정책방안-경제, 여성, 자녀 교육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전국 다문화가족센터협의회 전만길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총리실 직속 다문화정책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전 회장은 “(다문화 가정 정책과 관련된) 정부 11개 부처의 고민들을 보면서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막상 결혼이주여성들로부터 ‘많이 연구를 해주는 것에 비해 우리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요’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고 현실과의 괴리감을 토로했다.

그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한 뒤 “우리가 다문화 가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결혼이주 여성들은 제게 ‘다문화라는 말을 안 써줬으면 좋겠다. 다문화로 따로 분리되는 느낌이다. 우릴 그냥 내버려뒀음 좋겠다. 다문화 가정을 왜 문제로 끌어놓느냐’고 하소연 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도 공부를 잘 하는 경우도 많은데 다문화라는 이유로 다 문제아 범위에 속해진다는 것이다. 개인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너는 다문화니깐 남아서 선물 받아가라’ 등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다문화 정책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각은 어떨까.

성신여대 교양교육원 조대훈 원장은 “한 초등학교 종례시간에 교사가 ‘오늘, 다문화는 남아있어’라는 말을 했다”며 “사회에 다문화라는 낙인이 생겨버렸다. 다들 ‘다문화 사회’라는 얘기를 너무나 편리하게 얘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이미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가 한편으로는 다문화 가정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도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한편 서울대 조영달 사범대학 교수에 따르면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10명 중에 2명 정도가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전국 초등학생이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는 비율(13.4%)와 거의 유사해 보이지만 왕따를 당하는 내용은 판이했다.

후자는 성격적인 문제인 ‘잘난 척해서’(29.4%)라는 이유로 왕따를 경험한 반면 전자는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에’(34.1%), ‘특별한 이유 없이’(15.9%) 등 국제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다문화교육 사업은 주로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 가정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다문화의 이해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한국가정을 상대로 다문화교육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한국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이 주로 다문화 가정에 집중돼 있어, 한국인의 다문화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반가정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다문화와 상호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 역시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불평등·차별 문제는 다문화 가정만의 문제라기보다 다문화 사회에서 전체 구성원의 대다수를 형성하는 사람들의 문제로 봐야한다. 큰 틀 안에서 볼 때 현실적인 해결점이 나타날 것”이라 말하고 “그러나 일선 학교의 교사조차 다문화교육을 이수 받은 자가 10%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방청객도 “그 아이가 미국아이라면 다가가고 싶지 않았을까. ‘인간은 다 똑같다’는 휴머니즘 교육을 시켜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공감했다.
 뉴스 한국(201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