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문화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 가족은 장기적으로 우리 문화를 다채롭게 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바탕이 된다"며 다문화가족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문화 가족 지원을 둘러싼 부처간 나눠먹기식 사업과 컨트롤타워 부재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 총리실 산하 위원회 컨트롤타워 역할 못해

정부는 지난 1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2006년 신설 후 8회째인 '외국인정책위원회'를 열어 시행계획 등을 확정했다.

외국인정책위원회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법무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등 정부위원 14명과 민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부처별 예산 및 사업 중복을 피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지만 위원회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위원회가 밝힌 올해 사업분야(적극적 개방/질 높은 사회통합/질서있는 이민 행정/외국인 인권옹호) 중 다문화 가족 정책과 관련이 있는 '질 높은 사회통합'을 들여다 보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의 사업 영역 중 상당 부분이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전국에 159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200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128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뒀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일부 성격이 겹치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을 지난 해 76개에서 올해 15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쪽에서는 우리에게 중복사업이라고 지적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여성가족부 사업 간에도 중복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중복 여부, 비효율성 등을 심사해서 예산을 정하지만 각 부처마다 그 밑에 시설을 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부처간 사업 중복은 비단 법무부와 여가부 간의 일만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도 적지 않은 부분에서 사업이 중첩된다.

사업 중복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질 높은 사회통합' 분야 관련 예산만 1,061억 원으로 관련 부처별 평균 예산만 따져도 1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국민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

하지만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국인정책위원회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자체가 갖고 있는 공공시설들을 활용하면 지원센터를 짓는 등 하드웨어적 부분에 대한 소요 비용을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지원 비용으로 돌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부처 이기주의도 문제지만 총리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총리실의 한 관계자도 "컨트롤 타워를 위원회가 하는 게 맞지만 잘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수긍했다.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인사는 "위원회가 실제로 예산을 배분하는 권한이 없다"며 "과연 위원회에서 말을 한들 제대로 되겠느냐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 다문화 관련 위원회만 세 개

정부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 지난 2009년 총리 훈령으로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또 하나 만들었다.

결과 다문화 가족 관련 사안을 다루는 위원회는 총리실 아래에만 외국인력정책위원회와 외국인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세 개나 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다문화 가족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12월 만들어진 이래 지난해 5월까지 단 두 차례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다음달 중반쯤 올해 첫 위원회가 열리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현재 결혼 이민자 수는 20만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들의 가족까지 따지면 최소 60~80만 명 정도 되고, 이들의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IOM이민정책연구원 소속 한 연구원은 "우리는 다문화 가족과 관련한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제 겨우 구축해나가는 단계"라며 "중앙부처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중앙집권적 사고를 버리고 정책이 밑에까지 잘 전달되는지 점검하고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컷뉴스 2011년 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