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10명 중 4명 고등학교 포기


    중도입국 자녀는 30%만 진학 언어벽에 부딪혀 부적응 심각
    한국에 대한 불만·분노만 키워

    2006년 취학 대상 9300여명 4년 만에 3배로… 재학률 80%
    학교 뛰쳐나가 공장으로 거리로 고질적 사회문제 ‘불씨’로

    다문화가정 4년 내 이혼율 79% 불안한 가정환경도 원인
    중도입국 자녀 6000여명 “한국어 수업 이해된다” 24%뿐
    “퇴학당한 걸 알고 기분 더러웠어요.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나 싶기도 했어요.”
       
       태국 출생의 다문화가정 자녀 마리(18)양은 지난 4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차례 통화 시도 끝에 겨우 연결된 터라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를 듣고 반갑기까지 하던 기자에게 시종일관 무뚝뚝한 말투로 짧게 대답하던 그는 학교에서 퇴학처리됐을 때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조금 좋기도 했어요. 더 이상 학교 가서 애들이랑 싸우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는 경기도 부천의 한국인 ‘새아빠’에게 시집온 태국인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2007년 한국에 왔다. 한국에 왔지만 엄마가 새아빠와 꾸린 김포공항 인근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서울 성동구 홍익동 외국인근로자센터 근처에 원룸에 얻어 살며 3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같이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비해 배움의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2008년 경기 부천 소명여자중학교 1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초반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친구들과 지내는 게 썩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만 교우관계도 좋았다. 수업내용 중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꼼꼼히 알려주는 친구가 있어 수업 진도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다 2학기가 되었을 때 그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친구들과 싸웠고 그 이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왕따였어요. 친구들은 아무도 저랑 얘기도 안 했어요.”
       
       중학교 2학년 말 그는 학교 친구들과 다시 크게 싸웠다. 이번엔 서로 때리고 맞는 싸움이었다. 자신보다 나이는 같지만 한 학년 위인 선배들에게 반말을 하면서 시비가 붙은 게 계기였다. 한번 학교생활이 틀어지자 전교적으로 따돌림을 당했고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2009년 그는 다시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서울에 임시로 일자리를 얻은 어머니를 따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경일중학교로 전학간 것이다. 부천에서 다니던 학교의 출석 일수를 인정받아 3학년으로 진학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학교 밖에서 나이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그를 언짢게 본 학교 친구들과 또 다시 싸운 것이다. 이번에도 상호 폭행이었다. 그는 다시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몇 달 후 어머니로부터 “수업일수 부족으로 중퇴 처리됐다”는 학교 측의 말을 전해들었다.
       
       그는 현재 경기 부천시 소사동 PC방에서 시급 5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검정고시 학원비를 마련하고 있다. 두 달 전부터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에게 “오늘 공부 많이 했냐”고 묻자 “힘들어서 당분간 좀 쉬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돈 모아서 학원에 다닐 것”이란 말에서 형편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중국에선 나도 공부 잘했는데…”
       
       “(한국에 와서) 제 인생 완전히 망했어요. 중국에 있는 친구들은 벌써 대학생인데, 중국에선 나도 공부 잘했는데 한국 와서 이 꼬락서니예요.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부모가 원망스러워요.”
       
       지난 4월 5일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한국다문화학교(교장 박천응) 교실에서 만난 중국동포 진모(18)군도 학교를 그만둔 다문화가정 자녀였다. 이곳에서 다문화가정 청소년 8명과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그는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부해 왔었다. 지난 3월 말 처음 진군과 접촉했을 때 한국다문화학교 임현주 교무실장은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꺼린다”며 “진군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기꺼이 승낙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을 전했다. 진군을 만나 “왜 인터뷰를 꺼렸느냐”고 묻자 “(지금 제 상황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잖느냐”고만 말했다.
       
       진군은 2007년 한국 땅을 밟았다. 12년 전 경남 밀양의 한 농가로 시집온 어머니를 따라 ‘새아빠’ 호적으로 입양된 중도입국자녀다. 중도입국자녀란 재혼한 어머니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이주청소년을 가리킨다. 진군은 밀양에 살고 있는 부모들과 떨어져 경기도 안산 원곡동에서, 4년 전에 함께 한국으로 들어온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다. 막 한국에 들어왔을 때 안산 용신평생교육원 한국어교실에서 10개월 정도 한국어를 배웠고 2008년 인근 일반중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들어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이듬해인 2009년 학교를 그만뒀다.
       
       수업이 끝나고 진군과 얘기를 나눠봤다. 학교를 그만두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더이상 공부할 생각이 없다”며 말을 딱 잘랐다. “중국에선 국·영·수 다 90점 이상 점수를 받아왔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한 번도 30~40점대를 벗어나본 적이 없어요. 학교에선 애들이 내 말투가 웃긴다고 따라하면서 때렸어요. 가만 놔두면 계속 당하겠다 싶어 그 후론 그런 말 하는 애들을 다 패버렸어요. 죽여버리고 싶어요, 그런 애들.”
       
       그는 2009년 함께 학교에 다니던 중국동포 친구가 동급생들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떠올렸다. 학급 친구들이 말투가 웃긴다고 놀리며 중국동포 친구에게 침을 뱉고 폭행했다는 것이다.
       
       “수치스러웠어요. (친구를) 못 지켜줘서 미안했고. 학교 다니기 싫어서 원형탈모도 생겼다고요.” 실제 짧게 자른 그의 오른쪽 옆머리에 직경 2㎝ 정도의 탈모 흔적이 보였다. 진군은 2009년과 2010년 사이 학교에 나갔다 그만뒀다를 한 차례 더 반복하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더 이상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
       
       
       “친구들이 말투 따라하고 놀렸다”
       

       “난 더 심해. 난 원래 한국 사람인데 이렇게 됐잖아.”
       
       진군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옆에 있던 한 학생이 불쑥 끼어들었다. 말을 자르고 끼어든 학생은 한국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동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모(16)군. 최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06년 “한국에서 부모와 함께 살기가 여의치 않아” 중국에 있는 외할아버지댁으로 보내졌다. 현재 최군의 부모는 안산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부모와 다시 함께 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최군은 이미 한국어를 많이 잊어버린 상태였다. 중국에서 적응하기 위해 현지 언어를 빠르게 배운 만큼 모국어 역시 빠르게 잊어버렸다. “처음에 중국 갈 때도 정말 싫었어요. 친구들도 다 여기 있고 중국말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엄마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하니까 더 싫었어요. 겨우겨우 적응했는데 또 다시 한국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어요.”
       
       안산의 한 중학교에 입학했던 최군은 역시 지난해 말부터 학교에 나가길 그만뒀다. 언어가 안 통해 학교를 그만뒀냐고 묻자 “언어하고, 친구”라며 “친구들이 말투를 따라하고 놀렸다”며 학교 생활이 심적으로 힘들었음을 내비쳤다. 실제 최군은 “안녕히 가세요”와 “안녕히 계세요”를 계속 헷갈려했다.
       
       일반학교를 그만둔 진군과 최군은 지난 2월 원곡동에 한국다문화학교가 생긴 이후 이곳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 초등학교 수준의 어휘력을 가르치는 수업을 굳이 들어야할 이유는 없지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수업에 나온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후 4시쯤 친구들과 함께 PC방이나 당구장에 간다.
       
       저녁 무렵이면 최군은 다른 중국동포 중도입국자녀로 역시 중학교를 그만둔 신모(18)군과 함께 인근의 검정고시학원에 가고, 진군은 원곡동 ‘국경 없는 거리’ 광장에 나가 밤늦게까지 아저씨들과 장기를 둔다. 진군은 “장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장기를 좋아한다. 중학교를 그만두고부턴 매일 밤 광장에서 아저씨들과 장기를 두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진군이 중학교에서 중퇴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지난 2009년 5월 ‘국경 없는 거리’ 광장에서 장기를 두던 중 구경꾼과 시비가 붙었다. 술에 취한 한 남자가 계속해서 경기를 방해하자 참다 못한 진군이 “아저씨 그만 좀 하세요”라고 했다. 화가 난 남자가 유리병 아래 부위를 깨뜨려 진군의 왼쪽 팔목 부위를 내리찍었다. 상처부위에선 피가 계속 흘러나왔지만 당시 15살이었던 진군은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밤 늦게서야 식당에서 돌아온 할아버지가 병원에 데려가 겨우 치료를 받았다. 의사소통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채 보호자 없이 방치되다시피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자신감 잃고 자존심에 상처 입고
       

       이들이 다녔던 중학교를 찾아가봤다. 이 학교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베크조드(16)군도 다니고 있다. 원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우즈베키스탄인 부모와 함께 한국에 온 지 올해로 7년째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 학교를 다녀서인지 한국말을 상당히 잘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노는 듯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베크조드가 아직도 공부를 잘 못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그의 여동생도 역시 인근의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데 정규교육 과정을 겨우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이 중학교의 한 선생님은 “사실 진군과 같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학업포기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학습 과정에 필요한 언어는 일상대화 언어와는 또 다른 것입니다. 언어의 벽 때문에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자신의 원래 교육 과정보다 낮춰서 학교에 들어갑니다. 언어의 벽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은 학생들이 이번엔 자신보다 어린 동급생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는 거죠. 마음의 상처가 큰 아이일수록 학교 생활을 힘들어합니다.”
       
       기자가 만났던 중국동포 진군도 중2의 나이에 중1로 들어가 2학년으로 진급한 뒤 수업일수 부족으로 3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3년째 2학년에 머물러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진군을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에 데려가 봤다.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진군에게 선생님이 “언제든지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학업을 계속하길 권하자 진군은 “이젠 창피해서 학교에 못 가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속할 울타리를 찾지 못하고 어느새 4년의 시간이 흘러 대학에 갈 나이가 된 진군은 “인생 망했다”며 “예전엔 태권도 사범이 되고 싶어 태권도라도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친구들이랑 검정고시나 한번 보려고요. 검정고시를 통과한다 해도 더 공부할 마음은 없습니다.”
       
       
       중도입국 자녀 학업포기 절반 넘어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지 이제 10년이 됐다. 요즘에는 대학들이 입시 요강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전형을 마련할 정도다. 하지만 상당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교육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 채 학교 밖을 떠도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내국인과 재혼한 외국인 부모가 재혼 전 외국에서 낳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이른바 중도입국 자녀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자녀 등 다양한 케이스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학교에 편입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수는 증가 추세다. 이들을 방치할 경우 선진국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수는 전체 외국인 이주민 자녀 10만7689명(2009년 행정안전부 통계) 중 3만1788명에 이른다. 이들 다문화가정 아이의 부모는 내국인과 국제결혼을 한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초·중·고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수는 2006년만 하더라도 9300여명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들 재학생 수에는 신분상의 문제로 노출을 꺼리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자녀나 취학연령 아동을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은 외국인 자녀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학교에 다닐 나이의 다문화가정 아이들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그 수를 2만명가량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통계에 잡히는 초·중·고 연령층의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 실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수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작년 10월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실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행정시스템을 동원해 행정안전부의 2009년 외국인 주민조사를 분석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재학 여부를 파악한 결과,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수는 2009년 기준 2만3390명이었다. 이는 학교에 다녀야할 전체 아이들(2만8088명)의 83.3%였다. 재학률이 95%가 넘는 일반 한국 학생들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더욱 큰 문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재학률을 세분화해서 들여다보면 나타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80%대의 재학률을 유지하지만 고등학교에 가서는 재학률이 60.9%로 뚝 떨어진다. 이는 일반 한국 고등학생의 재학률 92.4%(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와 비교하면 3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특히 중도입국 자녀들의 경우는 초등학교 60.3%, 중학교 55.7%, 고등학교 30.6% 등 모든 학년층의 재학률이 형편 없었다. 중도입국 자녀들의 전체 재학률은 47.3%로 절반 이상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언어의 벽과 한국에 들어오기 전 본국에서의 가정해체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생활에 더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에서도 새로운 문제층으로 부상되고 있는 이들 중도입국 청소년은 수가 얼마나 되는지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에서 파악한 5726명이 가장 근접한 수치로 알려져 있다. 다문화청소년 및 탈북청소년을 돕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무지개청소년센터 김재우 팀장은 “현장에선 중도입국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 문의가 증가하는 등 이들 수가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들이 교육·복지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지속적으로 방치된다면 우리 사회의 큰 일탈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학교를 떠나거나 학교에 발을 붙이지 못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보호기관인 서울 성동구 홍익동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신혜영 팀장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대부분 나이를 속이고 공장에서 일하거나 이곳저곳을 전전한다”며 “이들은 어릴 적부터 마음고생을 해서인지 청소년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대안학교’도 있다. 하지만 일반교과 및 한국어 교육이 전문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상급학교로의 진학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대안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중심으로 또 다른 사회부적응 집단화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들을 방치할 경우 수년 내에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의 한 중학교 교감은 “매년 중학교에 유입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 수는 거의 두 배씩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 정상적으로 교과 과정을 마치는 수는 그 절반도 안 된다”며 “이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안산시 와동에 있는 ‘들꽃 피는 학교’(교장 이재호)를 찾았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이곳에서는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예체능을 주로 가르친다. 교사 김나희씨는 학생들의 학업 열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정규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온 애들은 이미 마음의 상처가 깊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대안학교에서도 적응이 쉽지 않죠. 10살 이후에 온 아이들은 언어를 배우는데 1~2년의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만큼 언어를 배워도 외모나 말투로 또래 친구들로부터 놀림당하기 일쑤죠. 언어가 안 통하니 말로 따져물을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주먹이 나가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는 것이고요.”
       
       전자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어머니와 아버지를 둔 A(17)양은 ‘들꽃 피는 학교’에 다닌다. 2년 전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A양은 지난 3월 17일에 치러진 한국 국적취득 시험을 앞두고 한껏 신이 났었다고 한다. 면접 과목 중 하나인 애국가 암송을 틈만 나면 연습했고 학교에선 교무실에 찾아와 선생님들에게 애국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그런데 면접 당일 너무 긴장해서 집 주소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평소 잘 외워두고 있던 터라 시험 걱정도 하지 않았던 집 주소였다. A양은 결국 한국 국적 취득에 실패했다. 그리고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평소 A양을 각별히 챙기던 김나희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 학교에 다시 나오길 권했지만 “어차피 지금의 비자가 만료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뭐하러 힘들게 공부하냐”는 답만 돌아왔다. “이 아이들은 우리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이나 의료문제 등의 불이익을 보고 자랐을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 국적조차 마음대로 주지 않으니 상처가 됐겠죠. 그 뒤로는 학교를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저희로서도 막막합니다.”
       
       
       한국어 부족, 자격증도 엄두 못내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에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4년 내 이혼율은 79%. 이유는 정신적·육체적 학대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2007년 중국에서 온 B(17)양은 지난 2009년 중국인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와 이혼을 하면서 학업을 중도에 그만뒀다. 다문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던 그는 어머니와 단둘이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학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오전엔 전자부품 생산공장에서 오후엔 식당에서 일을 하느라 공부는커녕 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버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경우 한국어 실력이 뒤떨어져 대부분은 검정고시나 자격시험 보는 것을 힘들어한다. 기술을 배우고서도 자격시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자격증을 못 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006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중국인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온 C양은 메이크업 기술을 배웠지만 자격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져 결국 미용실에 취업하겠다는 꿈을 접고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다. 시흥의 한 전자부품 공장과 타이어 공장에서 일했다는 중도입국 중국동포 D(18)군 역시 운전기술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단순 노동직을 전전하고 있다. D군의 경우 1년 정도 일반 중학교를 다녔는데 “학업을 따라잡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탈모증세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결국 그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각종 자격증 필기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지며 전문직이 되길 포기했다. “전 시험을 통과할 수 없어요. 말은 잘해도 시험지에 나오는 말은 또 다르거든요.”
       
       이러한 현실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는 무엇보다 집중적인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취재 중 만난 관계자들이 모두 강조했다.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에서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해 실시한 한국어 사용 능력조사 결과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잘 듣고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24.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보통이다’(42.3%)와 ‘그렇지 않다’(32.4%)는 대답이었다. ‘한국어로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며 말하고 발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 21.1%, ‘보통이다’ 31.0%, ‘그렇지 않다’ 46.5%였고 ‘교과서나 참고서를 포함하여 읽기교재를 잘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 18.3%, ‘보통이다’ 39.4%, ‘그렇지 않다’ 40.8%의 반응을 보였다. 국무총리 산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혜영 실장은 “소셜 모빌리티(사회적 계층 이동)는 고등교육에서 나오는데 언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으면 단순한 직업교육만으로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언어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 절실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에서는 그동안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까지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정의한 다문화가족이 ‘결혼이민자와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 또는 ‘귀화허가를 받은 자와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으로 돼 있었기 때문에 부모 모두 외국인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공기관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이나 한국 문화 알기 교육 등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없었다. 현행 다문화가족지원법은 적용 대상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일자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지난 4월 4일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라는 조건을 삭제한 일부개정법이 통과돼 오는 10월 4일부터 적용된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엄격하게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가능한 폭넓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적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의 자녀들이라 하더라도 거주지 증명만 제출하면 일선학교에서 받아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외국인 주민의 자녀들은 초·중등 의무교육 대상자로 설정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이러한 공교육 시스템만으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포용하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교육시스템에서 탈락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정부가 공교육 형태의 대안 직업학교인 국제다솜학교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교육 기회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비학교 등 실질적 보완책 필요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 교감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공교육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아이가 입학한 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학교가 지도록 돼 있는데, 보다 책임있는 정책이 아쉽다. 불법체류자 자녀라도 의무교육을 지원해 줘야 하기 때문에 일단 입학을 허가해 주고 초등학교의 경우 학년과 상관없이 특별반을 편성해 교육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도의 관리가 어렵다. 다문화가정이 아닌 일반 한국 학생과 학부모 눈치도 봐야 한다. 언어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오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우격다짐으로 정규교육과정에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육 보완책이 필요하다. 일종의 예비학교와 같은 제도가 보강돼야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혜영 실장은 “다문화가정 역시 국가의 인력임을 사회가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두운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이들을 계속 방치할 경우 한국에 대한 불만 세력을 형성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주 인구가 사회 부적응으로 인해 소외계층으로 고착화되고 사회적 분리현상이 심화되면 심각한 갈등을 빚어낼 수 있다”며 “초기단계에서의 선제적 통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간조선 (2011년 4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