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킴이] <4> 김영임 코시안의집 원장


"복지 사각지대 놓인 이주민 자녀에 따뜻한 손길을"
중·러시아 이주민 자녀부터 불법체류 탓 무국적 아이까지
12년간 300여명 사랑으로 돌봐


           
          
  • 김영임(뒷줄 오른쪽) 코시안의집 원장이 보육교사·아이들과 함께 새해를 맞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코시안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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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몽골인 불법체류자인 다섯살짜리 아이 타빌란(가명)은 경기 안산 원곡동에 있는 어린이집 '코시안의집'에서 2년째 지내고 있다. 임시직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엄마가 일할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부모 모두 체류자격이 없어 사실상 '무국적'인 아이를 받아주는 일반 보육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12년째 이주노동자 자녀를 돌보고 있는 김영임(50) 코시안의집 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법체류자 자녀나 편모슬하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커 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코리아+아시안'에서 따온 이름처럼 현재 코시안의집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 30여명은 국제결혼 이주민,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미취학 자녀(1~7세)들이다.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 이주민들의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형편에 따라 국적을 얻지 못한 '미등록' 상태의 아이들도 있다. 

    김 원장은 "한국 이주 후 사별·이혼으로 위기를 맞는 젊은 외국인 엄마들은 아이 양육에 대해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며 "열악한 환경에 내팽개쳐진 아이들의 절박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부터 봉사에 나선 김 원장은 2003년 9월 남편인 박천응 대표가 맡고 있는 안산이주민센터 부속시설로 코시안의집을 세웠다. 개원하자마자 이곳은 시화공단 등 인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마지막 피난처가 됐다. 건강문제로 실직한 한 우즈베키스탄 가족 3명의 도움 요청에 그들에게 방을 빌려주고 아이를 6개월 동안 보살펴줬다.

    현재 원장을 포함한 7명의 보육교사가 오전7시부터 오후8시까지 문을 열고 식사제공부터 언어교육, 한국 및 자국 문화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취학한 아이들도 생활할 수 있도록 방과후학교인 한국다문화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까지 합하면 10여년간 김 원장의 보살핌을 받은 아이는 줄잡아 300여명에 이른다.

    "국내 고교·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무사히 자라 자국으로 돌아간 아이도 있어요. 10여년 전 코시안의집에 들어왔던 바야르라는 몽골 학생은 이젠 몽골 울란바토르대 한국어과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고 상명대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국에 들어와 봉사활동을 하는 원생 출신 여학생도 있어요. 모두들 기특합니다."

    2012년작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다문화가정 아이 역할로 출연해 2013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지대한군도 코시안의집에서 성장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한 러시아 태생의 단원고 남학생도 김 원장의 가슴에 남은 아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응당 보호 받고 교육 받아야 하지만 여전히 이주민가정 아이들은 구분해서 본다"며 "이 아이들에 대해 보편적 지원은 외면한 채 국적과 비용 문제를 따지며 접근하는 편협한 시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과 개인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집이 세 들어 있는 탓에 안정된 보육공간을 갖는 게 김 원장의 소망이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주민 상황은 더 열악해진다"며 "이주민 가정들이 또 한 해를 헤쳐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신문  2015년 1월 13일